보문산 내달아온 용머리 언덕과 1박2일

작성일
2015-09-15 15:12
조회
303

보문산 내달아온 용머리 언덕과 1박2일


청운령에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 KBS2 1박2일 11월 9일 오후 6시20분에 방영되는 복불복 수학여행 편에 김준호(32)와 충고 후배들이 출연합니다. 동문 여러분들의 많은 시청바랍니다.”

문자를 받고, TV 앞에 앉았다. 그리운 모교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건강한 후배들의 모습도 보였다. 가슴 한 편이 뜨거워져 왔다.

우리가 다닐 때는 학교가 유천동에 있었다. 비가 내리면, 학교 옆 유등천에서 물고기가 올라왔다. 도마동 일대에 급류를 따라 올라가던 물고기들이 물이 줄어들면 갈 곳을 잃고 운동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고, 선배님들은 말하곤 하였다. 운동장에서의 물고기잡이는 오래도록 회자되는 동문들의 추억거리였다.

겨울, 은행동 다리 주변에서 홍합이며 떡조개를 파는 포장마차는 더욱 잊을 수 없다. 2학년 겨울이었던가. 우리는 떡조개에다 소주 한 잔을 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우리를 불렀다. 20 후반쯤 되어 보이는 장년(壯年)들이었다. 데리고 간 곳은 작은 술집이었다. 그 중 한 사람이 우리에게 한 잔씩 소주를 따라주면서 “공부할 때는 공부만 해야 한다. 이거 마시고 얼른 독서실로 가거라.“고 하였다. 7년 선배들이었다.

청산도에 근무할 때였다. 겨울 방파제에서 돔 낚시를 하다가 불을 피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낚시가 시들해져서 나도 곁으로 가서 불을 쬐며 잠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다가 대전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내 모교를 밝혔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는 사람이 있었다. 2년 선배였다. 우리는 그날 밤, 머나먼 남쪽바다 청산도라는 섬에서,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기차를 타고 대전 가수원역을 자나갈 때마다, 고교 시절 소풍길을 가늠해보는 일은 즐거운 작업이었다. 보문산을 바라보며, 오랜 친구들을 기억 속에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모두들 잘 있겠지.

지난 여름엔 우리 시골집을 방문한 종교단체 아이들을 만났다. 침례교 소속 학생 선교단체 아이들이었다. 대전에서 왔다는 아이들 중에 학교 후배가 있었다. 손을 잡고 흔들다가, 난 후배의 작은 손에 동네에서 제일 큰 고창 수박 두 덩어리를 안겨주었다.

추억이 깊어가는 눈동자에 어느덧 노래 소리가 들린다. 김준호와 후배들이 합창하는 교가였다.
‘보문산 내달아온 용머리 언덕은-’
눈시울이 젖는다. 아아, 사랑하는 후배들아.

정재학
자유논객연합 부회장, 시인, 자유지성300인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자유교원조합 중앙고문, 국가유공자, 데일리저널 편집위원, IPF국제방송 편집위원, US인사이드월드 편집위원, 전추연 공동대표
전체 0